
얼마 전 친구들과 가볍게 술 한잔하기로 하고 퇴근길에 CU 편의점에 들렀습니다. 안주를 고르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'음 피노타지'였습니다. 사실 편의점 와인 코너를 지날 때마다 '과연 이 가격에 제대로 된 맛을 낼까?' 하는 의구심이 늘 있었거든요. 특히 남아공의 피노타지 품종이라니, 왠지 호기심이 발동해 큰 고민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. 1만원이라는 가벼운 가격이 주는 부담 없음이 편의점 와인만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.

편의점에서 피노타지를 마주했을 때의 생경함
보통 편의점 와인이라고 하면 칠레산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호주의 쉬라즈가 주를 이룹니다. 그런 시장 상황에서 남아공의 토착 품종인 피노타지를 전면에 내세운 건 꽤나 과감한 선택입니다.
직접 오픈해서 잔에 따랐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생각보다 선명한 루비 빛깔이었습니다. 피노타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피노 누아와 생소(에르미타주)를 교배해 만든 품종이라, 자칫하면 너무 가볍거나 혹은 고무 탄내 같은 거친 향이 튈까 봐 살짝 걱정했습니다. 하지만 첫 모금에 느낀 건 의외의 부드러움이었습니다.
사실 3년 전쯤 처음 피노타지를 접했을 땐 너무 튀는 스모키함 때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. 그런데 이번 음 피노타지는 그런 거친 부분을 아주 잘 다듬어냈더군요. 아마도 대중적인 입맛을 고려해 설계된 제품이라 그런지, 초심자가 마시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밸런스를 보여줍니다.

음 피노타지의 캐릭터 분석
이 와인은 복잡한 오크 숙성의 깊이를 추구하기보다는, 피노타지라는 품종이 가진 본연의 과실미와 커피 향을 가볍게 즐기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.
직접 마셔본 느낌은 블랙체리나 자두 같은 검붉은 과실 향이 중심을 잡고 있고, 뒤이어 은은한 다크 초콜릿과 커피 향이 맴도는 구조입니다. 고가 와인의 복합미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, 1만원대 가격표를 생각하면 이 정도 구조감은 훌륭하다고 봅니다.
개인적으로 피노타지는 너무 빨리 마시기보다, 잔에 따라두고 15분 정도 공기와 접촉시켰을 때 훨씬 향이 매끄러워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.

어떤 음식과 곁들여야 실패가 없을까?
와인의 특징인 스모키한 노트와 스파이시함은 불맛이 가미된 고기 요리와 만났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됩니다.
제가 직접 시도했던 최고의 조합은 편의점에서 파는 직화 돼지갈비나 양념 삼겹살이었습니다. 피노타지 특유의 철분 뉘앙스가 고기의 감칠맛을 잘 받쳐주거든요. 반대로 생선회 같은 해산물과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. 자칫 철분 맛이 비린내와 결합하면 꽤 불쾌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.

마무리하며
음 피노타지는 와인 애호가들이 모임에서 가져갈 고급 와인은 아닙니다. 하지만 퇴근 후 혼자, 혹은 친구들과 격식 없이 즐길 수 있는 '데일리 와인'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. 남아공 와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CU 편의점에서 1만원대로 쉽게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시음이었습니다. 여러분도 오늘 저녁엔 평소 먹던 품종 대신 이 개성 넘치는 피노타지에 한번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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